[글마당] 겨울 아침
어제를 잊듯 커튼을 열어 제친다 함박눈 속 깊이 더러운 마음으로 죽은 사람들이 켜켜이 파묻혀 있구나 몸이 거무죽죽한 어미 사슴이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꼬리를 사르르 떤다 어미가 연신 고갯짓을 하니까 새끼들이 눈을 얼굴에 문지르며 세수를 하는 거 있지 한 놈이 머리를 들어 내 방 안을 들여다본다 바람결 시린 귀를 뒤로 제치고 부르르 떤다 그놈이 더럽게 살아있는 내 마음을 차근차근 뜯어보다가 한참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 듯 눈 덮인 언덕 쪽으로 갑자기 겅중겅중 뛰어가는 거 있지 서량 / 시인·뉴저지글마당 겨울 겨울 아침 어미 사슴